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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 대해서도, 기계에 대해서도, 전자에 대해서도 아는게 거의 없는 일반인의 시각에서 적어본다.

2019년 12월 전북 익산시의 한 산에서 산길을 내려오던 팰리세이드가 전복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원인은 R(후진) 기어가 들어간 상태에서 언덕에서 밀려 전진이 되면서 시동이 꺼지고, 그 여파로 브레이크가 동작하지 않아서 길 옆을 들이받고 전복된 것이다.

이 영상을 보면 처음 후진 후에 전진을 하면서 계속 삐비비비~~ 소리가 들리고, 사람이 소리를 낸 것 같은 쿵 하는 소리가 난 다음 블박 충격감지음이 들리고, 잠시 후 ‘속도가 왜 이렇게 빨라지지?’ 하는 소리가 나지만 무시하고 그냥 내려가다. 중간에 지인과 이야기하기 위해 정지를 한다. 몇 초 뒤 다시 움직이고, 잠시 후 브레이크가 듣지 않고, 결국은 사고가 난다.

이 사고 영상이 SBS에 방송되고,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많은 관심과 함께 수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번 사고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고 본다.

  1. 운전자는 D(주행)를 눌렀다고 하는데 왜 R(후진) 상태였나? 또는 운전자가 실수로 한 번 더 R을 누른 것인가?
  2. 지인과 이야기 하기 전부터 차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왜 무시하고 그냥 갔나?
  3. 다른 차량도 R 상태에서 전진하면 엔진이 꺼지나?
  4. 엔진이 꺼지면 브레이크가 동작하지 않는가?
  5. 이런 상황에서도 안전할 수 있는 개선점은 무엇인가?

첫 번째, 운전자는 D를 눌렀다고 하는데 왜 R 상태였나? 또는 운전자가 실수로 R을 한 번 더 누른 것인가?

처음 이 사고가 있고 나서 박병일 자동차 정비 명장이 분석한 영상에서는 운전자가 ‘후진 버튼을 한 번 더 누른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래의 한문철 변호사가 만든 영상을 보자.

영상의 3:00부터 보면 D와 R을 눌렀을 때 차량이 알려주는 음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블랙박스 영상의 소리를 들어보면 운전자가 R을 눌렀을 때 R에 해당하는 음이 아닌 다른 음이 울린다. 즉 운전자가 버튼을 눌렀을 때 나는 음을 기준으로 보면, 운전자가 D를 눌렀는데 그게 무시되는 음이 울린 것이다. 자동차가 완전 정차하지 않은 상태에서 D를 누른 결과 정상적인 D를 눌렀을 때 나는 음이 아닌 다른 음이 났다. 후진 후 D를 누르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는데, 가파른 언덕이라 후진이 들어갔지만 차량의 무게와 언덕 경사가 합쳐지면서 차는 앞으로 나가게 된다.

두 번째, 지인과 이야기 하기 전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는데 왜 무시하고 그냥 갔나?

아래 영상은 자동차의 원리를 알려주는 자동차미생이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다. 위 영상의 21분 30초부터 보면 박병일 명장의 영상에서 언덕밀림방지 기능이 작동한 것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즉 박병일 명장이 실험에서 간과했던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밀려 내려가면서 몇 초 동안 삐비비비~~ 소리가 났고, 엔진이 꺼지면서 충격음이 났으며 지인과 이야기 하기 전에도 속도가 빨라진다는 말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차량에 문제가 생긴 상황인데 왜 운전자는상황을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몇 개의 영상을 보고, 댓글을 보다보니 계기판을 안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보인다. 나는 운전할 때 몇 초에 한 번씩 계기판을 보면서 속도를 확인하다보니 계기판 안보는게 이상한데 왜 계기판을 안볼까? 아, 맞다. 계기판을 안보니까 과속단속카메라 앞에만 가면 자기 속도가 얼마인지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브레이크 밟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가보다.

세 번째, 다른 차량도 R 상태에서 전진하면 엔진이 꺼지나?

이 사고 영상이 올라온 후 제일 먼저 같은 조건으로 실험한 영상은 박병일명장인 것으로 보인다. 원래 영상이 두 개 인걸로 아는데 처음 영상은 찾지 못했고, 아래 영상은 몇 가지 차종으로 실험한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박병일명장은 현대 투싼, 기아 쏘렌토, 쌍용 렉스턴, 쉐보레 말리부, 토요타 프리우스, BMW 520 등 6종으로 실험했다. 이 실험에서 현대, 기아, 쌍용 차량은 시동이 꺼졌고, 말리부는 언덕 밀림 방지 장치가 동작했으면, 프리우스는 꺼지는게 아니고 발전으로 충전을 했으며, BMW 520은 시동이 꺼지지 않고 기어만 중립으로 빠졌다.

하지만 프리우스를 대조군으로 넣은 것은 적절하지 않은 실험이다.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기어와 역으로 움직이더라도 그게 엔진에 영향을 주는게 아니고, 발전기를 돌리는 상황으로 인식해서 운동에너지로 배터리가 충전 된다.

말리부는 언덕 밀림 방지 장치가 동작하기는 했지만, 계기판에만 경고가 보이고 다른 어떤 경고음도 들리지 않았다. 이 사고의 운전자처럼 계기판을 안보는 사람이라면 차가 정지하니까 무심결에 엑셀을 다시 밟을 것이고, 그 결과 밀림 방지가 해제되면서 밀리는 상황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억지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가능성있다고 본다).

이 영상에서 엔진이 꺼진 이후의 상황에 대해 조금더 설명했어야 되지 않나 한다. 엔진이 꺼지고 박병일 명장은 정상적으로 차를 세우듯 정지하는데, 일반인이 보기에는 뭔가 괴리가 있어보인다. 박병일 명장이 했던 말로는 엔진이 꺼지면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섰을까? 이런 점에 대한 설명은 없이 그저 현대/기아차만 엔진이 꺼진다는 프레임에 맞추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다음 영상은 오토기어에서 벤틀리 플라잉스퍼라는 차로 실험한 영상이다(차값이 2억이 넘는단다).

이 영상에서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틀리도 밀리기 시작한지 몇 초 만에 엔진이 꺼지는건 마찬가지다. 엔진이 꺼진 후, 브레이크락이 걸린 뒤에도 힘을 들여야하긴 하지만 브레이크는 동작시킬 수 있다. 영상에서 보면 정지한 뒤 바로 발을 브레이크에서 떼는 걸로 봐서는 정지되자마자 기어가 P로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래 영상은 제네시스, 아우디, 현대 i30로 행한 실험이다.

미션에도 차이가 있어서 토크컨버터를 쓴 자동미션과 DCT 미션이 있는데, 토크컨버터를 쓴 차량은 아무리 비싸고 고급 차량이라도 위의 영상처럼 대부분 엔진이 꺼지는 걸 볼 수 있고, DCT 차량은 현대 i30처럼 엔트리급 차량도 엔진이 안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에 나오는 BMW 520 차량은 같은 토크컨버터를 쓴 자동미션인데도 엔진이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엔진이 꺼지기 전에 기어를 N(중립)으로 변경함으로서 엔진/미션을 보호한다고 한다. 즉 바퀴에는 아무런 동력도 전달되지 않고 경사 및 차량 무게로 인해 그냥 밀려 내려가지만 엔진이 꺼지지 않음으로 해서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 엔진이 꺼지면 브레이크가 동작하지 않는가?

자세한 원리는 모르지만, 엔진이 꺼지면 브레이크가 동작할 수 있는 진공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엔진이 꺼진 후 한 두 번 브레이크가 동작한 뒤에는 브레이크가 잠긴다고 한다. 그래도 브레이크 페달을 있는 힘껏 밟으면 힘으로 유압이 동작해서 승용 차량들은 제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위의 실험 영상들에서도 시동이 꺼진 뒤에 힘껏 브레이크를 밟아서 제동은 가능했다. 하지만 처음 당하는 상황에 당황해서 브레이크만 몇 번 팅기다가 제동을 못할 가능성도 많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에서도 안전할 수 있는 개선점은 무엇인가?

이번 사고와 같은 상황에서는 엔진이 꺼지냐 안꺼지냐의 문제가 중요한게 아니라 엔진이 꺼지든 안꺼지든 운전자가 안전하게 차를 세울 수 있는 안전장치가 들어가야 된다고 본다. 그전처럼 주차브레이크를 손으로 당기거나 발로 밟는 타입이라면 그거라도 의지할텐데, 전자식 주차브레이크가 도입되면서 이런 상황에서 당황해서 그 버튼을 찾아서 누르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위의 실험 영상들을 보면 엔진이 꺼져도 처음 정지하면 바로 기어가 자동으로 P로 변경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사고 차량의 경우 엔진이 꺼진 이후에 지인과 이야기를 위해 완전히 정차했었지만 P로 변경되지 않았다. 이때 기어가 P로 변경되었으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제네시스는 엔진이 꺼진 뒤 정차 시 P로 변경되는 걸로 봐서 현대가 이런 기술이 없는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팰리세이드도 나름 고급 SUV 시장을 바라보고 출시한 차인데 이 기능이 없는건지, 아니면 그 차만 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을 위한 장치는 정교하게 동작하도록 만전을 기하면 좋겠다.

또한 엔진이 꺼지는 상황은 최대한 막아야 되지 않을까 한다. 엔진이 꺼지면 조향도 힘들어지고, 브레이크도 문제가 생긴다. 당연히 운전자는 당황을 하게 되고, 그 상태에서 보통 조작하던 정도로 급하게 이것저것 하게 되는데 그런 정도로는 차를 세울 수 없으니 문제가 된다.

기어와 역방향으로 움직일 때 최선의 보호대책은 무엇일까?

기계공학이니 전자공학이니 그런거 모르지만 제일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게 기어를 중립으로 바꾸는거라 생각한다. BMW 520 최신차량은 엔진은 꺼지지 않고 기어를 중립으로 바꾼다는 실험영상도 있다. 기어를 중립으로 바꾸면 미션으로 힘이 전달되지 않으니 엔진이 꺼질 일도 없고, 엔진이 살아있으니 브레이크나 조향도 문제가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더 안전한 차량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차량은 계기판이나 알림음으로 많은 경고를 한다. 경고가 떴는데도 이를 무시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운행 중에는 자주 계기판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건 어떨까?

운전자 여러분 제발 계기판 잘 보고, 깜빡이 잘 넣고, 안전거리 유지해서 안전운전합시다.

유튜브를 찾다보니 이번 사고 현상에 대해 정리한 영상이 있었다. 이 영상을 보면 사고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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